백문(白聞) 천하담사상취이언왈(天下談士相聚而言曰) 생불용봉만호후(生不用封萬戶侯) 단원일식한형주(但願一識韓荊州) 하령인지경모(何令人之景慕) 일지어어차(一至於此) 기불이주공풍(豈不以周公風) 궁토악지사(躬吐握之事) 사해내호준(使海內豪俊) 분주이귀지(奔走而歸之)
나 이태백이 듣건대, 천하의 논객들이 서로 모여서 말해 가로되, 태어나 만호후에 봉함을 받는 것도 쓸데없고, 다만 원컨대 한번 형주자사인 한조종(韓朝宗)에게 알려지고 싶다 한다. 어찌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공을 우러러 사모하기를 하나같이 이에 이르도록 하였는가. 그것은 공이 주공과 같은 인물로서 토포악발의 풍도를 가지고 손님들을 접견하여 온 나라의 호걸 才士들로 하여금 분주히 공의 문하로 들어오게 함이 아니겠는가?
일등용문(一登龍門) 즉성가십배(則聲價十倍) 소이용번봉일지사(所以龍蟠鳳逸之士) 개욕수명정가어군후(皆欲收名定價於君侯) 군후불이부귀이교지(君侯不以富貴而驕之) 한천이홀지(寒賤而忽之) 즉삼천지중(則三千之中) 유모수(有毛遂) 사백득영탈이출(使白得潁脫而出) 즉기인언(卽其人焉)
공을 한번 만나고 나면 그 인물의 성가가 십 배나 더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 까닭으로 재능이 있는 선비들이 공에게 인정받고자 한다. 공이 부귀한 인물로서 교만하지 않고, 나 같은 몸도 가난하고 천하다하여 홀대하지 않는다면, 옛날 평원군의 삼천 식객 중에 모수가 있었듯이 뛰어난 인재가 나올 것이다. 나 이태백으로 하여금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준다면 내가 곧 그 모수와 같은 사람이 되리라.
백농서포의(白 西布衣) 유락초한(流落楚漢) 십오호검술(十五 好劒術) 편간제후( 干諸侯) 삽십성문장(三十 成文章) 역저경상(歷抵卿相) 수장불만칠척(雖長不滿七尺) 이심웅만부(而心雄萬夫) 개왕공대인(皆王公大人) 허여기의(許與氣義) 차주낭심적(此疇 心跡) 안감부진어군후재(安敢不盡於君侯哉)
나 이태백은 농서땅의 서민으로 초와 한을 방랑하면서 불우한 생활을 하였다. 십오세 때에는 검술을 좋아하여 두루 제후의 눈에 들어 쓰이기를 원하였다. 삼십세 때 문장을 이루어 공경대부의 문하를 순방하였다. 비록 키가 7척을 넘지 못하지만 마음은 만명의 사나이를 대적할 만하다. 모든 왕공과 대인들은 나의 의기와 의리를 높이 평가하여 인정해주었다. 이러한 지난날의 행적으로 어찌 감히 군후에게 남김없이 말하지 않을 수 있으랴
군후제작모신명(君侯制作 神明) 덕행동천지(德行動天地) 필참조화(筆參造化) 학구천인(學究天人) 행원개장심안(幸願開張心顔) 불이장읍견거(不以長揖見拒) 필약접지이고연(必若接之以高宴) 종지이청담(縱之以淸談) 청왈시만언(請日試萬言) 의마가대(倚馬可待)
군후께서 문장을 짓기로는 신과도 같이 뛰어나고, 그 덕있는 행동은 천지를 움직이고, 그 문필은 만물의 조화와 함께 움직이듯 약동하고, 그 학문은 하늘과 사람의 도리를 남김없이 상고하여 매우 박식하도다. 다행이 군후께서는 마음과 얼굴을 열어서, 나의 인사하는 절을 거절하지 않기를 원하노라. 만약에 연회를 베풀어 접견하고, 나 이태백을 용납하여 청담으로 대한다면, 청컨대 날마다 시 만구를 시험하더라도, 말에 기대어 잠시 동안에 이루어 보이겠다.
금천하오후(今天下以君侯) 위문장지사명(爲文章之司命) 인물지권형(人物之權衡) 일경품제(一經品題) 편작가사(便作佳士) 이금군후(而今君侯) 하석개계전영척지지(何惜階前盈尺之地) 불사백양미토기(不使白揚眉吐氣) 격앙풍운야(激昻靑雲耶)
이제 천하의 사람들은 군후로써 문장을 맡은 사명신으로 알고, 인물의 경중을 달아보는 저울로 알고 있다. 그런 만큼 한 번 군후의 평가를 거치면, 대번에 훌륭한 인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군후는 어찌 고당의 계단 앞 일 척 정도의 땅을 면접의 장소로 허락하기를 아껴, 이 이백으로 하여금 눈썹을 들고 기운을 토하여 조정에 오르려는 것을 밀어주지 않겠는가?
석왕자사위예주(昔王子師爲豫州) 미하차(未下車) 즉벽순자명(卽 荀慈明) 기하차(旣下車) 우피공문거(又 孔文擧) 산도위익주(山濤爲冀州) 년발삼천여인(甄拔三十餘人) 혹위시중상서(或爲侍中尙書) 선대소미(先代所美) 이군후역일천엄협률(而君侯亦一薦嚴協律) 입위비서랑(入爲秘書郞) 중간최종지방습조(中間 崔宗之房習祖) 여소허영지도(黎昕許瑩之徒) 혹이재명견지(或以才名見知) 혹이청백견상(或以淸白見賞)
옛날 후한의 왕자사는 예주의 자사가 되어 임지에 도착하자, 수레에서 내리기도 전에 순자명을 불러 채용하였고, 내린 뒤에는 공문거를 불러 임용하였다. 진의 산도는 기주의 자사가 되어 삼천여명의 인재를 가려 뽑아서 조정에 천거하였는데, 그 중 어떤 사람은 시중상서가 되어 칭찬이 자자하였다. 군후께서도 또한 엄협율을 천거하여 비서랑이 되었고, 최종지, 두습조, 여소, 허영 등을 천거하여 어떤이는 재능으로 천하에 알려지고, 어떤이는 청렴결백으로 칭찬을 받았다.
백매관기함은무궁(白每觀其銜恩撫躬) 충의투발(忠義奮發) 백이차감격(白以此感激) 지군후추적지심어제현복중(知君侯推赤心於諸賢腹中) 소이불귀타인(所以不歸他人) 이원위신국토(而願委身國士) 당급난유용( 急難有用) 감효미구(敢效微軀) 차인비요순(且人非堯舜) 수능진선(誰能盡善)
이백 또한 매양 군후의 은혜를 입어 몸을 어루만져서, 일어설 때를 기다리고, 충의의 마음을 분발하는 것을 보았다. 이백은 이로써 마음에 크게 감동이 일었으며 군후께서 당신의 진심을 이들 많은 현인들의 배 속에 옮겼음을 알겠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지 않고 몸을 이 나라 제일의 선비인 군후에게 맡기고자 한다. 만일 나같은 미천한 몸이라도 쓰일 곳이 있다면 감히 하찮은 몸이나마 바치려 한다. 또 사람이란 요. 순임금이 아니니 누가 능히 모든 일에 능하랴?
백모유주화(白謨猷籌畵) 안능자긍(安能自矜) 지어제작(至於制作) 적성권축(積成卷軸) 즉욕진예시청(卽欲塵穢視聽) 공조충소기(恐雕蟲小伎) 불합대인(不合大人) 약사관추요(若賜觀芻 ) 청급지필(請給紙筆) 겸지서인(兼之書人)
이백이 정치적인 술수야 어찌 잘한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문장을 지음에 있어서는 책 권이나 지었노라. 그 글을 군후에게 보여서 이목을 더럽히고자 한다. 벌레를 새긴 것 같은 잔 솜씨가 대인에게 맞지 않을까 걱정이로다. 그러나 만약 풀베고 나무하는 나 같은 천한 사람에게도 자리를 허락한다면, 지필과 글 받아쓰는 사람을 함께 허락하기를 바라노라.
연후퇴소한헌(然後退掃閑軒) 선사정상(繕寫呈上) 서청평결록(庶靑萍結綠) 장가어설변지문(長價於薛卞之門) 행추하류(幸推下流) 대개장식(大開奬飾) 유군후도지(惟君侯圖之)
그런 뒤 물러나 한가한 방에서 글을 지어 바치고자 한다. 옛날 청평의 검과 결록의 옥 같은 명품은, 설촉과 변화에게 보여서 비로소 그 가치가 인정되었듯이 나의 글도 군후의 감정을 바라노라. 후배 이백을 밀어 크게 칭찬하여 앞길을 열어주시면 다행이노라. 오직 군후께서는 이 일을 도모해주기를....
